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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저 개인의 의견을 적은 것일 뿐입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제 주장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감안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일부 표현이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점 미리 양해 드립니다.)
기계공학 전공생분들이 자격증 취득에 공들이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어떤 자격증을 따는 것이 좋은지 고민 및 질문하기도 하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테크니션(기능공)이 인생의 목표라면 자격증 취득을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정말 인생의 목표가 테크니션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자격증은 소위 지식을 얼마나 잘 외우고 있는지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물론 기억력이 중요한 업무도 세상에는 존재하겠죠. 하지만 사회생활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기억력보다는 사고력과 판단력입니다. 통상 '일머리'라고 퉁쳐서 말하는 그것입니다. 일머리를 한마디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주어진 상황에서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과정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능력' 정도가 될 것입니다. 자격증으로 이런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을까요?
자격증 취득은 명확한 이유를 갖고 시작해야 합니다.
- 취업을 했는데 업무상 필요해졌다거나
-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서 특정 자격증을 요구 또는 가산점이 부여된다거나
- 프로젝트 수행의 필수조건으로 잡혀있다거나
이렇게 취득의 근거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저 대학생으로서 "그래도 있으면 어떻게든 도움되지 않을까"라는 건 괜한 시간낭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세요.
서두에도 써놓았지만, 인생의 목표가 테크니션이라면 자격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이 테크니션을 목표로 공부한다고는... 적어도 저는 그건 옳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테크니션이 목표라면 4대역학 몰라도 됩니다. 옛날 표현으로 '기술'을 배우면 되니까요. 자격증도 그 기술의 일환일테고요.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의 목표가 테크니션인가요, 엔지니어인가요?
남이 시키는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남에게 시키는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해볼까요.
설계당하고 싶으신가요, 설계하고 싶으신가요?
적어도 대학생이라면 인생의 목표는 커야하지 않을까요?
질문: 방학에 뭐 공부할까요?
답변: 영어공부하세요.
예를 들어 설명해보죠.
보(beam)의 처짐을 계산하는 방법은 제가 아는 것만 4-5가지 정도 됩니다. 같은 방법을 설명하는 방식도 제각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을 모두 설명하는 교재는,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 똑같은 내용인데 표현만 다른 것이거든요. 교재는 "방법 A가 좋아요"라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방법 B가 더 쉬울지도 모릅니다. 이 방법들을 어떻게 알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구글링 하면 다 나옵니다.
그런데 영어로 나옵니다.
물론 한글로도 나옵니다. 그런데 그 질과 양은 비교할 수준조차 안됩니다.
좀만 구체적인 주제로 들어가면 한글로는 아예 검색이 안될 때도 많습니다.
교재 번역서 보다 보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죠? 원서로 읽으면 훨씬 명료하게 이해될 때가 많습니다. 대학 교재의 영어는 굉장히 쉬운 편입니다. 교재는 문학이 아니기 때문에 문장 구조가 복잡할 것이 전혀 없습니다. 교재는 잘 읽히는 것이 목표인 책입니다. 어려운 건 영어가 아니라 용어죠. 반복해서 읽으면서 용어와 문장 구조에 익숙해지면 분명히 읽는 속도가 올라갑니다. 교재 읽을 때 문법 따지면서 읽지 않잖아요. 익숙해지는게 중요합니다.
구글링 결과도 똑같습니다. beam deflection에 대해 구글링해서 나오는 것들도 여러분이 읽는 원서와 똑같은 문장 구조와 똑같은 용어로 쓰여져 있습니다. 단지 책이 아니라 웹에 올라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나 많은 자료가 인터넷에 이미 올라와있는데, 단지 영어 때문에 배우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영어 읽는 것에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세상에 나의 공부를 도와줄 자료는 너무 많습니다.
질문: 대학원에서 자격증이 필요한가요?
답변: 아니요.
연구자는 자격증으로 본인을 증명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럴 시간에 논문 쓰세요. 연구자야말로 엔지니어 중의 엔지니어가 될 사람입니다. 테크니션과 대척점에 있는 사람입니다.
질문: 대기업 취업을 위해 자격증이 필요한가요?
답변: 부서와 직군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경우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기업이야말로 일머리를 극강으로 발휘해야 하는 곳입니다. 대기업에서 일하는게 왜 힘든지 아시나요? 일이 많아서 힘든게 아닙니다. 사람에 치이고, 관계에 치이고, 일의 책임을 따지느라 힘든 겁니다. 이런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데에 자격증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질문: 일머리가 그렇게 중요한거면, 대학 공부는 왜 하는 건가요?
답변: 일머리의 퀄리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캐드로 기구 설계하는 것은 굳이 기계공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떠듬떠듬 배워서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재료역학에서 재료의 변형과 파손과 응력집중을, 진동공학에서 공진과 방진을, 기계요소설계에서 체결요소의 종류와 장단점을 배운 사람이라면 이 내용을 배우지 않은 사람과는 설계의 질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단순히 지식을 머리에 넣기 위해 대학 공부를 하는게 아닙니다. 말하자면 공학적 감각(엔지니어링 센스), 사고회로를 머리 속에 구축하기 위해 공부하는 겁니다. 그래서 대학 수업을 들을 때 지식이나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하면 안됩니다. 그런건 고등학교 때나 하던 거죠. 교재에 있는 어려운 문제 잘 푼다고 회사에서 돈 주지 않습니다.
- 이 과목을 왜 배우는지
- 그래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 핵심 개념이 무엇이며 그것을 나만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지
- 배운 내용들을 어디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 과목의 전체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 다른 과목들과는 어떻게 연계되는지
이런 고민들이 함께되어야 합니다. 괜히 고등교육이 아닙니다.
혹시 고등학교 4학년처럼 공부하는 학생이 이 글을 보신다면 빨리 대학교 1학년이 되시기 바랍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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