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자아 성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을 겁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냥 공부하는 기계 같았다고 할까요. 학교-학원-집의 무한반복. 공부가 재미없어진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다만 머리가 굵어진 만큼 철학적 사유에 쓰는 뇌의 영역도 넓어진 느낌이었죠. 말이 철학적 사유지 그냥 개똥철학이었습니다. 왜 사람은 가식적일까.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등. 수학문제 푸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철학책 한권 안 읽어본 고등학생이 하는 생각이 대단해봤자 얼마나 대단했겠습니까. 그런데 그 와중에 시상은 또 왜 자꾸 떠오르는지. 수학문제 풀던 도중에 연습장 한쪽 구석에 시처럼 끄적거렸던 기억은 납니다. 물론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정말 다행이죠. 부끄럽지만, 저는 윤동주 시인에..
이 책을 딱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길을 잃은 채 여행하기 여행에서 길을 잃었음은 많은 경우 혼란과 고난의 다른 표현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길잃음은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을 뜻합니다. 책 전반에 걸쳐 그 느낌이 유지되며, 동심을 잃지 않은 채 나이든 아이의 모습을 저자에게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러웠습니다. 책은 개정판이 있는 듯 한데 제가 가진 것은 구판인 것 같네요. 익살스러운 삽화가 많이 들어있고, 저자가 직접 그렸는지 좀 궁금했습니다. (저는 저자가 직접 그렸다에 한표) 개정판은 삽화가 없다고 하네요. 좀 아쉬웠습니다. 책은 400 페이지인데 - 약 400 페이지가 아니라 정확히 400 페이지 - 1부 색맹의 섬, 2부 소철 섬, 주석이 분량을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