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else

샤워와 페이스북

게으른 the lazy 2024. 8. 13. 15:34

pixabay

 

 

샤워를 하다 보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 풀었던 문제

-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

- 읽고 있는 책

- 어제 썼던 글

- 등등

 

할 일도 10가지 정도 생각하는데, 샤워 끝나면 3개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거 다 필요없고, 머리 속에 메모장만 하나 심어져 있으면 좋겠다.

 

샤워 시간은 소중하다.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생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있다. 머리를 감았는지 안 감았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가끔은 샴푸로 세수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N 타입이라 어쩔 수 없다.

 

비슷한 시간이 하나 더 있다. 자려고 누웠을 때다. 그 시간엔 특히 이해하지 못한 증명, 쓰고 싶은 글 생각을 한다. 딱히 영양가 있는 결과물이 나온 적은 없다. 그냥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샤워할 때나 잠들기 직전만큼은 아니지만, 소중한 시간이 하나 더 있다. 산책 시간이다. 가급적 지루한 패턴이 반복되는 곳을 뺑뺑 도는 것이 좋다. 차가 오는지 신경써야 하는 곳은 별로 좋지 않다. 정신이 분산되기 때문이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나서 페북을 끊었다. 아이폰에서는 앱을 숨겼고, PC에서는 즐겨찾기에서 지웠다. 써놓은 것도 많고 인맥유지도 해야 해서 계정삭제는 차마 못했다. 앞으로도 계정은 유지할 생각이다. 가끔 글을 올리는 용도로만 사용하려 한다. 알림 확인하고 스크롤 몇 번 내리다 보면 정신이 팔려서 휴대폰을 계속 본다. 그런 내 모습을 인지조차 못한다. 그들에게 빼앗겨왔던 내 집중력을 생각하면 분하다. 지금부터라도 단속해야 한다.

 

휴대폰 사용 시간을 줄이려고 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멀리 두고 있다. 잠깐 정줄 놓으면 목을 쭉 빼고 휴대폰에 코를 박고 있다. 무섭다. 일부러 저쪽으로 던져버린다. 귀차니즘은 이럴 때에는 도움이 된다. 휴대폰 가지러 가기 귀찮다. 그 대신 책을 가까이 두고 있다. 어디서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책을 뒀다.

 

집중 상태를 유지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정신이 팔린다. 내 정신이 상품으로 팔린다. 내 정신은 내 것이어야 한다.